안녕하세요.

조선일보에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와 관련된 상담하기 좋은 글이 있어 올려드립니다.

조선일보 2017.3.9.

[발언대]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참뜻 왜곡 말라

교육부가 작년 말 초등 교과서에 한자 표기를 시작하겠다고 하자 반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반대 논리 중 압권은 "한자 교육 사교육 업자들의 로비에 굴복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생 학습량을 증대시키며 학교별로 실시하는 한자능력 인증제가 지나치게 경쟁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시대 역행 정책이니 반대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나마 점잖은 주장이 "전후 맥락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인데 머리가 여물지 않은 아이들에게 한자 부담과 공포감만 심어줄 것"이라는 정도이다.

교육부가 "교과서 표기 한자는 암기하게 하거나 평가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했는데 왜 사교육 로비에 굴복당한 것이며, 부담과 공포감을 심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교과서에 한자를 표기하면 어휘력과 상상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또 한자에 담긴 선현의 철학에 한 걸음 다가가면서 한문에 흥미도 느끼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 교사들에게 '대분수'의 '대'자를 한자로 어떻게 쓰냐고 물으면 대부분 '큰 大'라며 그것도 질문이냐는 식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대분수는 한자로 帶分數이다. 즉 '띠 대'자이다. 그래서 '자연수를 허리띠처럼 차고 있는 분수'라고 가르치면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련만, 한글로 대분수라고 가르치고 뜻풀이는 '정수와 진분수의 합으로 이루어진 수'라고 하니, 이번에는 '정수'와 '진분수'에 대해 배워야 한다.

이외에도 6학년 과학의 '수산화(水酸化)'와 '자화(磁化)', 5학년 수학의 '약수(約數)'와 과학의 '염기성(鹽基性)', 4학년 수학의 구고현(勾股弦)과 예각(銳角), 3학년 국어의 '신감채(辛甘菜)', 2학년의 '업간체조(業間體操)', 1학년의 사육제(謝肉祭) 등을 순 한글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어린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는가.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어 표기는 한자 쓰기 교육이 아니라, 한자 어휘의 바른 이해를 위한 교육인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교과서 한자어라도 표기해주어 정확한 의미를 알게 하고, 바른 어문 생활을 하게 해주어야 한글을 더 자랑스럽게 전파할 것이고, 역사관도 바로 설 것 아닌가. 초등 교과서 한자어 표기 정책을 반대하는 인사들에게 묻고 싶다. '훈민정음 (訓民正音)'의 참 의미를 아십니까.